건강·음식

[스크랩] 빗나간 와인 열풍

도깨비-1 2007. 5. 20. 17:25
빗나간 와인 열풍 

 

 

얼마 전 두 명의 와인 마니아가 각각 주최한 모임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그 중 A는 최근 몇 년 새 와인에 푹 빠진 40대 여성, B는 30년간 와인을 즐겨온 50대 남성으로 두 모임 다 와인 때문은 아니었다.

A가 주최한 자리에서는 저녁을 먹는 내내 와인 얘기였다.

오늘 마시는 와인이 얼마나 맛있고 유명한지, 얼마짜리인지 등 등.

초대받은 이들은 예의상 맞장구를 쳐주긴 했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와인 얘기에 체할 지경이었다.

반면 B의 모임에서 와인은 여러 주제 중 하나였다.

오히려 B는 와인을 잘 모르는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다른 주제를 꺼내곤 했다.

덕분에 즐거운 대화에 와인 지식까지 덤으로 얻게 된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두 호스트의 극도로 상반된 태도는 최근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와인 열기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국내의 와인 열풍은 주류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할 정도로 대단하다.

와인으로 종목을 바꾸었다는 주당도 많고, 술을 멀리 하던 여성들 중에서도 정기적으로 와인 바를 찾는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와인 동호회가 성행하고 일본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은 대박이 났다.

국세청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소비가 전년 대비 8.7% 늘어 모든 술 가운데 으뜸이었다.

흔히 웰빙과 저도주를 와인 붐의 이유로 들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치다.

사람들이 왜 와인을 마시는지는 와인에 관해 나누는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다.

와인 자리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주제가 와인의 산지와 가격이다.

프랑스냐 이탈리아냐, 좀더 나가면 보르도냐 부르고뉴냐 또는 어떤 포도로 만들었느냐까지.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이 다양함이라면 그 종류를 논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유독 와인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드러내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와인을 얼마나아느냐가 교양의 척도라도 되는 듯하다.

그러나 가격 얘기가 나오면 교양은 온데 간데 없고 비싼게 무조건 좋다는 식의 노골적인 배금주의가 지배하기 십상이다.

자신이 마신 와인 중 가장 비싼 것은 얼마였는지 자랑스레 늘어 놓기도 한다.

마치 얼마짜리 와인을 마시느냐가 그 사람의 재력을 증거하는 듯한 분위기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와인 수입 역시 2만2195t, 8860만7000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17%, 31% 증가해 비싼 와인이 점점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와인을 마신다는 건 어느 정도의 교양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동일시된다.

따라서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와인을 마셔 줘야 남들 보기도 그렇고 스스로도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마셨다는 와인이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와인에 대한 이 같은 소비심리는 이른바 `명품`의 경우와 꼭같은 이치다.

남들이 알아보되 선뜻 사지는 못하는 유명 브랜드 고가 핸드백을 드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과 재력을 드러낸다.

명품이 대중화하면서 이제는 한정수량의 스페셜 에디션이 일반 상품의 2~3배 가격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와인과 명품의 인기는 모두 남들이 갖지 못한 물건을 소유하면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의 가치까지 덩달아 올라갈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의 결과다.

차이가 있다면 이미 들어온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명품은 가격이나 브랜드에 대해 떠벌리는 것이 `실례`로 간주되고 `짝퉁`이라는 대용품도 있지만 이제 막 뜨고 있는 와인은 그렇지 않다는 정도일 것이다.

와인이나 명품이나 시장 내부에서 브랜드간의 부침은 있겠지만 시장 자체는 이미 확고하다.

명품업체들이 늘 말하듯, 진정한 명품 소비란 가격이나 유행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와인 역시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보다 내 입에 좋은`맛`을 발견하는 은밀한 즐거움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유통경제부 = 김지영 기자 koshaq@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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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와인하우스
글쓴이 : 홍땡이 원글보기
메모 :
최고급 와인만 좋아하면 ‘속물’
 
[와인경영]

출처: http://blog.naver.com/story119/90017137773


와인 ‘속물’ 한눈에 알아보는 5가지 비법
잘못된 상식으로 엉뚱한 행동 “코웃음 치세요!”


와인은 평생 동안 도전해도 그 ‘끝’을 보기 힘들다. 워낙 감각적이고 지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와인에 정통했다”며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속물’이라고 불리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유독 잔 세척이나 조명에 관심이 많다.

조명에 대고 혹시 자국이 있는지 찾는 것을 와인의 기본매너라고 여긴다. 이런 행동은 스스로 “와인을 잘 모른다”고 자인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자! 눈앞에 있는 사람이 ‘와인 애호가’인지 아니면 ‘속물’인지 알아볼 수 있는 비법을 살펴보자.

와인 잔을 돌리다 보면 잔의 옆면으로 눈물처럼 흐르는 자국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와인의 다리’ 또는 ‘눈물’이라고 부르는데 이 현상은 와인의 ‘질’과는 무관하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 와인을 잘 모르는 속물들은 이를 와인의 표상인 양 심하게 잔을 돌린다. ‘와인의 다리’ 또는 ‘눈물’을 운운하면서 잔을 마구 돌리는 사람들은 ‘속물’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와인은 향기다”라며 폼을 잔뜩 잡고 잔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거리에서 향을 맡는 사람도 와인 상식이 부족한 ‘속물’이다. 와인은 코를 잔속에 빠뜨려야 향을 제대로 맡을 수 있다. 코를 적당히 집어넣으며 ‘우아’를 떨면 절대 제대로 된 와인 향을 느낄 수 없다.

와인 바에서 갖은 폼을 다 잡으면서 향을 맡는 사람들이 와인 매너를 운운하면 ‘코웃음’을 쳐도 괜찮다.

와인 병의 바닥에 있는 흠을 보면서 “(흠이) 크면 최고의 와인”이라고 찬사를 늘어놓는 사람도 와인 상식이 전혀 없는 속물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 병 바닥의 흠이 크면 좋은 와인’이라는 속설은 잘못된 상식이다.

병의 흠은 침전물이 고이게 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평평한 바닥에선 침전물이 미세한 진동에도 부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시한 후 곧바로 즐길 수 있는 와인은 사실 흠이 있는 병이 필요 없다.

유독 최고급 와인만 즐기는 사람도 속물이다. 와인 애호가는 새로운 와인에 대해 우호적이고 개방적이다. 그런 와인을 맛보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좋으면 좋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속물들은 전통적인 명산지에서 만들어진 와인 이외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저 보르도와 부르고뉴가 ‘제일’이라고 믿는다.

와인 애호가와 속물을 구별하는 방법은 또 있다. 애호가는 자기가 정통한 분야가 아니면 말을 아끼지만 속물은 관련 없는 사실을 계속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박학다식을 뽐내려 애쓴다. 또한 애호가는 와인을 ‘맛’으로만 평가하지만 속물은 ‘라벨’ 혹은 ‘점수’에 집착한다.

자! 비즈니스를 할 때 와인이 나와도 위축되지 말자. 와인을 정말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겸손하기 때문이다. 속물들이나 잘못된 와인상식을 줄줄이 늘어놓으면서 어깨에 힘을 줄 뿐이다.


와인 속물들의 대표적 유형

1. 와인의 ‘눈물’을 보면서 좋은 와인 운운하는 사람
2. 잔에서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향기 맡는 사람
3. 와인 병 바닥의 큰 흠을 보면서 좋은 와인이라고 말하는 사람
4. 보르도, 부르고뉴 등 최고급 와인만 좋아하는 사람
5. 와인의 맛보다는 라벨과 점수에만 집착하는 사람

 

원출처: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21/207237.html

 

 

품위 있게 와인 마시기 10선
상식 풍부하면 자연스런 대화 쉬워 … 한국 가치관 접목하면 ‘제격’


CEO의 85%가 와인 매너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미숙한 와인 매너 탓인 것으로 보인다. 양주나 소주와 비교했을 때 와인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양주나 소주는 한마디로 마시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와인은 음식과 함께 하는 반주의 의미로, 서구인들에겐 음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와인 하나만으로 대화의 장을 활짝 열 수 있다. 게다가 와인은 나라별·품종별로 색·향·맛이 천차만별이고 생산자나 레이블에 대한 얽힌 이야기도 많아, 와인을 마시면서 대화를 하기 적격이다.

따라서 와인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면 상대방과 자연스런 대화가 용이하고 비즈니스에서 상대를 편안하게 할 수도 있다.

와인을 마실 때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주문한 와인이 도착하면 주문된 와인이 맞는지를 확인(특히 빈티지를 주의해서 확인)하고, 호스트 테이스팅(일종의 맛보기·호스트나 와인을 주문한 사람이 테이스팅)을 해야 한다.

호스트 테이스팅이 끝나면 모든 사람에게 와인이 돌아가기를 기다렸다가 호스트가 건배를 제의하면 건배 후 함께 마신다. 와인 잔을 잡을 때는 잔 받침을 잡는 것이 좋다.

상대에게 와인을 받을 때는 흔히 우리의 예법처럼 술잔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릴 필요는 없다. 혹 윗사람에게 그냥 받는 것이 어색할 때는 우리 가치관과 접목시켜 잔 받침에 손을 살짝 얹는 정도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와인을 따라주는 사람이 훨씬 편하게 서빙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와인은 와인 잔에 1/3정도만 따르도록 하고 상대방의 잔에 와인이 한 모금 이상이 되도록 계속 채워준다. 그만 마시고 싶을 때는 잔 위에 가볍게 손을 대어 표시하면 된다. 와인은 원샷(one shot)하지 않으며 상대방과 보조를 맞추어 마시는 것이 좋다.

와인은 결코 빨리 마시는 술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와인은 처음은 시각을 이용해 색상을 관찰하고, 후각을 이용해 다양한 향을 만끽하고, 미각으로 탄닌(씁쓸한 맛)과 산도(신맛), 당도(단맛)를 느끼고, 잔을 부딪치며 나는 청량한 소리를 듣는 술이다.

초대받았을 경우, 대접받는 와인에 대해서 칭찬해 호스트의 걱정을 덜어 준다면 더 세련된 매너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을 먹고 난 후 와인 잔에 음식물이 남아있지 않게 냅킨의 한 모퉁이로 와인 잔을 닦아준다. 고급 와인을 마실 경우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도록 하며, 레스토랑에서 마셨을 경우에는 ‘소믈리에’를 위해서 막잔을 남겨주는 배려는 좀더 세심하고 세련된 매너라 할 것이다.


1.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먼저 확인해라
2. 주문한 와인이 도착하면 호스트 테이스팅(먼저 맛보기)을 하라
3. 와인 잔을 잡을 때는 잔 받침을 들어라
4. 와인은 1/3 정도만 따라라
5. 상대방의 잔에 와인이 한 모금 이상 되도록 계속 채워줘라
6. 와인은 원샷 하지 않으며 상대방과 보조를 맞춰 마셔라
7. 그만 마시고 싶을 때는 잔 위에 가볍게 손을 대어 표시하라
8. 초대받았을 경우 대접받은 와인에 대해 칭찬하라
9. 고급 와인을 마실 때 절대 욕심 내지 마라
10. 레스토랑에서 마셨을 경우 ‘소믈리에’를 위해 막잔을 남겨줘라

 

 

[와인 경영]
서민취향의 와인도 있다
대형마트 중심으로 매출 증가 … 와인포차 등 실속형 매장도 인기


소수의 마니아들만이 즐기는 것으로 알았던 와인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1만원 이하에서 2만원대까지의 저가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형마트로의 유통 확대와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데일리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도 조금씩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저가형 와인 매출이 자연스럽게 증가함에 따라 와인업체들도 저가 와인을 속속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수입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와인 수입국이 다양해지고 소비층이 두터워짐에 따라 칠레, 미국, 호주산 등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와인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미국산 칼로로시 콩코드(7900원)와 와일드 바인 화이트 진판델(8900원)을 비롯해 칠레산 프론테라 카베르네 쇼비뇽(1만3천원), 프랑스산 마주앙 메독(1만4천원) 등이 있다.

와인 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이 최근 출시한 칼로로시 콩코드(Carlo Rossi Concord)의 경우 기존 칼로로시 와인이 여러 가지 품종을 섞은 것과 달리 한 품종만으로 만든 미국산 와인.

회사 측에 따르면 진한 체리 색을 띠며 풍부한 과일 향이 달콤하게 입 안을 감싸줘 와인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적당하고 시원한 온도로 마시면 더욱 좋다. 또 가격대비 품질이 좋아 데일리 와인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알코올 도수가 낮고 달콤한 맛을 갖고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조상덕 마케팅팀 차장은 “칼로로시 콩코드는 출시 1주일 만에 1만병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특히 와인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여성들의 입맛에 잘 맞는 와인”이라고 말했다.

포차에서 즐기는 맛 ‘일품’

대형마트에서의 저가 와인의 매출 증가와 더불어 병당 1만~3만원대의 저가 와인과 1만원 이하의 저렴한 안주를 갖춘 와인포차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와인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단맛과 향을 갖춘 호주, 칠레산 와인이 대다수.

실속을 중시하는 와인 동호회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와인포차들은 특정지역에 소위 ‘와인포차길’을 만들 정도로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특히 홍대와 압구정동 일대에는 이러한 와인포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 고객층은 기존의 조용하고 세련된 딱딱한 인테리어와 부담스러운 가격에 거부감을 느낀 사람들. 여기저기 대충 놓인 테이블과 의자들, 선술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어 대학생부터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직장인 최대선(32)씨는 “와인 바를 즐겨 찾는 애인 때문에 그동안 경제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웠다”며 “하지만 와인포차를 알게 된 후부터는 마음껏 와인을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처음엔 애인이 선술집 같은 와인포차의 분위기를 낯설어 했지만 지금은 나보다 더 좋아해 만날 때마다 먼저 가자고 졸라 댄다”고 덧붙였다.
와인포차들이 늘어나는 것은 한·칠레FTA 이후 칠레산 와인의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로 와인 값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자들과 대중적인 와인문화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저가 와인의 매출 증가와 와인포차의 등장 및 인기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격식보다 와인 매력 만끽해야 경제

2007/05/03 18:42

http://blog.naver.com/story119/90017137565

와인경영]
인터뷰 | 심재혁㈜레드캡투어 대표
쓸데없는 격식 차리기 ‘눈살’ … 비싼 와인보다 형편에 맞는 와인을


“와인의 내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와인의 겉모습과 격식에 얽매여 있습니다.”

심재혁 ㈜레드캡투어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와인애호가’이다. 바쁜 와중에도 손수 짐을 꾸려 와인 투어·와인 관련 엑스포에 참석할 정도로 와인을 사랑한다. 소장한 와인 서적만 해도 70여권이 훌쩍 넘는다. 심 대표는 최근 불고 있는 ‘와인열풍’이 다소 왜곡돼 있다며 우려 섞인 눈초리를 보냈다. 와인을 마실 때 지켜야 한다고 알려진 ‘격식’은 사실 “별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왜 최고급 와인을 마시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와인은 ‘반주’입니다. 식사비용과 비슷한 와인을 마시면 그만이죠. 무슨 이유에서 그토록 과도한 격식을 중요시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외국 사람들은 와인 마실 때 별다른 격식을 차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편하게 마시죠. 와인은 격식이 아니라 매력을 읽어야 합니다.”

CEO들이 부족한 와인지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하다. 와인의 수입이 허용된 것은 불과 20여년 전이다. 그동안 많은 CEO들은 소주·맥주·위스키에 익숙해 있었다. 와인은 전혀 생소한 주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김치에 대해 술술 이야기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상대방을 예우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마찬가지다. 와인은 서구인들에겐 김치와 같다. 뗄래야 뗄 수 없는 주류가 바로 와인이다. 외국 비즈니스맨들 앞에서 와인에 대해 말하면 당연히 접근성 뿐 아니라 신뢰감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와인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와인은 서양의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다. 때문에 역사·정치·종교·지리·예술· 과학 등 어디 한군데 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다. 동양 사람이 와인의 모든 특징을 습득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와인을 즐기는 게 와인지식을 습득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다. 또한 와인을 마실 때 와인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와인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와인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와인은 기본적으로 색깔·형태에 따라 분류된다. 게다가 식전·식후에 마시는 와인, 디저트용 와인이 다르다. 와인의 출산지, 포도 품종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다. 꾸준히 와인을 맛보는 게 ‘정도’이자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 비즈니스맨들과 와인을 마실 때 CEO로서 지켜야 할 격식은 무엇인가.

따로 없다. 사실 와인은 편하게 마시는 술이다. 외국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마셔보면 의외로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령 우리나라 사람들은 와인 하면 기둥이 달린 잔을 떠올린다. 꼭 그런 잔에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리델사가 출시한 ‘리델 O시리즈’처럼 기둥 없는 와인 잔도 많다. 격식을 포기하고 캐주얼을 선택한 사례다. 또한 와인은 꼭 최고급을 마셔야 한다는 것도 강박관념의 소산이다. 와인은 결코 ‘부의 상징’이 아니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다양하게 그리고 소박하게 즐기면 된다.

마지막으로 와인의 ‘매력’을 말해 달라.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와인에 대해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플라톤이 BC 5세기경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2400년간 이 말이 유효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와인은 인류와 함께 탄생하고 성장해 왔다. 그래서 와인을 통해 인류의 문화유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알면 알수록 그 풍미가 깊어지는 게 와인의 진짜 매력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인터뷰 | 서한정 한국와인협회 회장


“와인은 비즈니스 협상의 핵심"
와인은 서로를 이어주는 ‘인터내셔널 코디네이터’


“와인은 문화와 문화의 만남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비즈니스 협상의 핵심이다.”
서한정 한국와인협회 회장은 “와인과 비즈니스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배려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사전에 상대방의 와인 취향을 알고 배려하는 것이 까다로운 협상을 원만하게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귀띔한다. 1976년 국내 최초로 소믈리에 직함을 단 서 회장은 “오늘날 CEO에게 와인은 하나의 비즈니스 전략”이라며 “와인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국제 비즈니스 석상에서 가장 많이 오르는 술이 와인이다. 전 세계 기업과 사람을 이어주고, 문화를 공유하며 연결해주는 ‘인터내셔널 코디네이터(International Coordinator)’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도 따지고 보면 서로간의 신뢰와 배려를 기반으로 한다. 와인은 상대방을 아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도 있지 않나.

비즈니스뿐 아니라 와인이 점차 대중화된 것 같은데, 와인의 대중화 시기가 언제부터라고 보나.
1987년 해외주류 수입이 개방되면서 와인이 들어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와인이 소수의 와인 마니아가 접하던 문화로 인식됐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점차 보편화 됐다. 오늘날 와인 문화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소수 전문가에서 대중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보면 된다. 와인이 비즈니스 석상에 등장한 것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적 협상이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부터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CEO가 알아두어야 점이 있다면.
상대방의 와인 취향을 알고 있다면 그에 맞춰 주문하는 것이 좋다. 취향을 모를 경우 사전에 와인을 골라두는 것을 권한다.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를 보고, 미리 마셔보고 결정하거나 소물리에의 추천을 받는 것도 실속 있는 방법이다.
무턱대고 비싼 와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비싼 와인은 맛이 까다롭기 때문에 오히려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적당한 가격으로 누구나 좋아할 만한 무난한 와인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물론 너무 저렴한 와인도 피해야 한다.
낯선 와인도 피해야 한다.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잘 모르겠다면 모임에서 와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대신 주문을 맡기는 것도 좋다. 이 경우 그에게 호스트 테이스팅을 맡겨라.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CEO가 많다. 시간에 쫓기는 CEO들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와인 학습법이 있다면.
와인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주 접하면서 ‘즐겨야’ 한다. 자투리 시간을 내서 와인과 친숙해지는 것이 가장 좋다. 친구들끼리 모이거나 가족모임일 때도 격식 없이 와인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CEO 말이 ‘CEO친목 커뮤니티에서도 와인은 빠지지 않는 주제’라고 하더라. 편한 자리에서 자주 마시다보면 어느새 어려운 용어도 익숙해진다. 또 전문 용어를 쉽게 풀어쓴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책을 보면서 다음에 와인을 주문할 때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